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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있자니, 맛있는 것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분이 들어 아쉽다. 어릴때 맛있게 먹던 콩나물과 두부도 그리워 진다. 이제는 맛있는 재료를 구하는것 자체가 힘들어져 버렸다.
저자는 사라저 가고 있는 음식들에 대한 아쉬움과 온갓 조미료로 물들어가는 요리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또한, 맛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와 동시에 맛에 대한 사대주의도 버리길 바라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면 노력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찾는 일은 동시에 맛이 없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밖에 없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책의 몇몇 구절들..
# 미식
악식과 동의어이다.
어둠이 있어야 빛의 황홀도 있는 것이다.
미식이란, 음식에서 어둠의 맛까지 느끼는 일이다.
# 설탕
단맛은 모든 동물에게 중독을 일으킨다. 개마니 파리 같은 미술에서부터 고등동물이라는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단맛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니까, 단 음식을 먹게 되면 이게 어떤 맛을 지닌 음식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뇌에서, 아니 거의 말초신경 단위에서 '맛있다'하고 결정해 버린다.
대박 음식점 주인들은 단맛에 대한 이런 '무뇌아적 반응'을 잘 파악하고 있다. 된장찌게나 김치찌개, 고등어조림에 도 강정을 만들 만큼 설탕을 푼다. 이런 음식점들의 주요 고객은 대부분 젊은이들인데, 미성숙한 미각의 소유자일수록 이 단맛에 쉽게 자극받고 중동도기 때문이다.
음식에서 설탕은 당의정의 코팅과 같다. 식재료의 온갖 맛을 설탕으로 감싸 버리면 중독자에게는 환상의 맛이다. 그러니 설탕 중독자들을 위해서는 좋은 식재료와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 없다. 중독인 줄 모르는 중독자들에게 굳이 비싼 해독제를 투여할 이유가 없으며, 또 자칫하면 돈 들이고도 '맛없다' 욕만 들을 수도 있으니, 나라도 그러기 힘들 것이다.
# 커피
커피가 뜨거울 때는 맛 성분의 활동이 심하여 신맛, 단맛, 쓴맛의 밸런스를 짐작하기 어렵다. 커피가 식었을 때에야 그 커피의 맨얼굴을 대할 수 있다. 또 이때면 썩은 원도 냄새, 커피의 탄내, 금속성의 속껍질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커피가 강배전으로 쓴맛만 내는 것은 커피가 식었을 때에조차 그 잡내들을 숨기기 위한 것이다.
참고.
배전은 생두를 볶는 것을 말하고, 배전의 강도는 크게 1~8 단계로 나뉜다.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를 5,6 정도로 먹는데 반해,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는 7,8정도의 강배전을 사용한다고 함.
# 젖
젖을 때고 난 다음에도 얼마간 아이는 사랑을 먹는다. 어미는 밥알을 꼭꼭 씹어 입 안에 넣어 주고, 생선 산을 발라 주고,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밥 위에 반찬을 올려 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이 사랑은 차츰 희미해지고 그냥 영양 덩어리나 맛으로 음식을 먹게 된다. 뭔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인간에게 사랑 없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행이다. 끼니로서의 음식,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먹는 음식, 서글프고 처연한.
결국 사람이 먹어야 하는 것은, 먹고자 하는 것은, 젖과 같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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