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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미있는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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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아우라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공간과 시간으로 짜인 특이한 직물로서,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멀리 떨어진 어떤 것의 일회적은 현상이다. 어느 여름날 오후 휴식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지평선의 산맥이나 나뭇가지를 따라갈 때 종국에 가서는 그 순간이나 그 시간이 그 현상의 일부가 되는 상황 - 이것은 우리가 그 산이나 나뭇가지의 아우라를 숨 쉰다는 뜻이다. 사물을 자신에게, 아니 대중에게, 보다 더 "가까이 끌어 오려고" 하는 것은, 어떠한 상태에 있는 일회적인 것이든 그것을 복제를 통해 극복하려고 하는 성향과 마찬가지로 현대일들의 열정적인 성향이다. 대중이 바로 자기 옆에 가까이 있는 대상을 상(像, Bild)속에서, 아니 복제물(모사, Abbild) 속에서 전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나날이 제어할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화보가 들어 있는 신문이나 주간 뉴스영화가 제공해주는 모사(模寫)들은 상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상에서는 일회성과 지속성이 서로 밀접하게 엉켜 있는 데 반해, 복제물에서는 일시성과 반복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상을 그것을 감싸고 있는 껍질에서 떼어내는 일, 다시 말해 아우라를 파괴하는 일은 오늘날의 지각이 갖는 특징이다. 이 지각은 세상에 있는 동질적인 것에 대한 감각이 너무나 커진 나머지 복제를 통해 일회적인 것에서도 동질적인 것을 추출해낼 정도이다. 아제는 "거장찬 광경들이나 이른바 상징적 기념물들"은 지나쳐 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칸칸이 구두들이 늘어서 있는 신발장이라든지, 저녁부터 아침나절까지 손수레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파리의 안뜰, 식사를 하고 난 후의 삭탁과 치우지 않은 채 수도 없이 널려 있는 식기들, 5라는 숫자가 건물 벽면 네 곳에 엄청나게 크게 씌어 있는 무슨무슨 가(街) 5번지의 성매매 업소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이 모든 사진들이 공허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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