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생각"을 할 만한 여유를 주지 않는 나라
박노자교수님은 '대공황의 법칙들'이라는 블로그의 글에서 대공황 때에 일어나는 일들을 유심히 지켜보기면, 이 세상이 돌아가는 심층적인 원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하며, 크게 두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간단히 살펴 보면,
1. 약육강식
- 지리적, 계층적, 연령적 측면
2. 저항 계층으로서의 중간 계층들
- 최처 계층들은 "생존 전투"에 몰두해 있는 만큼 지배자들에게 집단적으로 저항 하기가 힘들다. 반면, 중간 계층들 (중간/고소득 정규직 노동자, 공무원 노동자, 전문직 노동자 등)은 집단 행동을 취할 만한 여유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건..
한국의 체제 안에서 이와 같은 "저항적 동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원칙상 저항에 앞장서야 할 20대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 및 신규 전문직 채용자 - 대학생부터 젊은 도심 사무실 월급쟁이까지 - 의 "생존 전투"에의 포획 상태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등록금 마련하느라고 없는 직장을 찾느라고 결혼해서 살 집을 마련하느라고 직장에서 안잘리려고 버티느라고 저항이고 뭐고 신경쓸 틈은 없지요. 그게 바로 한국적 체제의 최강의 무기 중의 하나입니다. 여름 휴가 5주의 나라와 기껏해봐야 4-5일 쉬는 나라에서 "저항"에 나설 만한 근로자의 여력은 다를 수밖에 없는 법이라고요... 한국적 체제란 일단 "딴 생각"을 할 만한 여유를 주지 않는 체제입니다. 그러나 절망적 정서가 어느 정도 고착되어 대중화, 보편화되면 대한민국도 어쩌면 그리스처럼 "젊은이들의 만성적인 불만 폭발의 나라"가 될 수도 있지요. 결국 현금 상황의 절망성을 어느 정도 깊이 인식하는가 라는 문제는 핵심적일 듯합니다.
묵자의 소염론
묵자가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탄식하여 말했다. 파란 물감에 물들이면 파랗게 되고 노란 물감에 물들이면 노할게 된다. 넣는 물감이 변하면 그 색도 변한다. 다섯 가지 물감을 너으면 다섯 가지 색깔이 된다. 그러므로 물드는 것은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단 실만 물드는 것이 아니라 나라도 물드는 것이다.
얼마전에 묵자에 관한 짧은 글을 읽다가 '소염론'에서 나라도 물드는 것이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한국은 무엇으로 물이 들었는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돈? 거짓?
- 돈을 위해서라면 부당한 방법이라도 상관이 없는 나라.
- 법을 지키지 않는것이 부끄러운것이 아니라 남들도 지키지 않는 법을 재수없게 걸린것이 부당한 나라.
- 경제라는 목적 아래 전쟁이라도 불사하는 나라.
-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당연한 나라.
- 수출을 못하면 살지 못하는 나라.. (이건 예기하면 길지만, 이런 말이 이런 나라를 만든다는...)
- ..
어느샌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잘못 되어간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미 만연해진 분위기는 쉽게 바꿀 수가 없다.
젊은이들 사이에 좋은 '취직'이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너무 진하게 물들어 버려서 물들지 않는 사람들은 이상한 색으로 생각되어 지고만다.
ps
1. "딴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이 지배층이 그렇게 되도록 어느정도 조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 나라를 다른 색으로도 물들일 수 있을것 같다.